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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사명이 되는 한 해
오래 전의 일이다. 그날 나는 성인 아이에 관한 글을 읽다가 그만 울어버렸다. 성인 아이란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어린 시절을 상실했기 때문에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면적 성장이 멈추어 버린 사람들을 말한다. 그 책에는 성인 아이에게는 낮은 자존감, 중독 증세, 습관적 분노 폭발, 충동적 행동, 감정 표현의 어려움, 수치심,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가 어려움, 두려움, 완벽주의, 자신을 용납할 수 없음, 용서의 어려움 등의 특징이 있다고 씌어 있었다. 그때 비로소 나는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내면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것이 내가 분별하고 선택하기 이전의 어린 시절에 내게 주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있는 그러한 모습 자체는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앞으로 그런 부정적인 모습을 어떻게 치유해 나갈 것인지는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구축해 놓은 느낌과 인식 체계가 있다. 이것을 ‘자기 인식’이라고 하는데 모리스 와그너(Maurice Wagner)는 건강한 자기 인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필수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소속감과 가치감, 그리고 자신감인데 소속감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말한다. 이것은 단순히 누군가가 나를 원하며 받아들이고 돌보고 즐기고 사랑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소속감은 출생 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자신이 남들로부터 배척받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살펴본 결과, 그들의 감각이 출생 이전의 부모의 태도로부터 배척받은 경험을 하며 자란 사람들은 대부분 성장하여 사랑의 소속감을 느끼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 생명은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난다. 자신이 어떤 시대의 사람인지, 어떤 인종(人種)인지,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자신이 가정에서 몇 번째 아이인지 아무 것도 모른다. 정상적인 가정은 새로운 생명을 환영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사랑의 양육을 해 준다. 필요할 때 음식을 먹이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격려한다. 그럴 때 어린 아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소속감과 함께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그러므로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조차 두려움이 없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역기능 가정은 사랑의 양육을 하지 못하고, 감정 표현을 제한하며, 명백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대화를 회피함으로써 역기능 가정의 아이는 어른이 되고 난 뒤에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역기능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되어 항상 가정의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든지, 아니면 가족의 명예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영웅이 되도록 압력을 받는다. 또한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어려움에 처한 부모의 상담자가 되기도 하는 대리 배우자가 되기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일절 말이 없는 아이가 되기도 한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양육받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사랑을 받아보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도 쉽게 와닿는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하나님에 대하여 자신의 부모처럼 자신의 잘못을 쉬지 않고 지적하는 심판자로서의 느낌을 가지거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는 방관자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또한 아버지부터 신체적, 정신적인 학대를 많이 당한 사람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그 자체부터 심각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의 가족 관계가 단순히 인간적인 관계를 너머서 영적인 관계에까지 중요한 이슈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린 시절의 중요성에 대해 예일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버니 시걸은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환자가 직면하는 기본적인 문제는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가슴속에 뿌리를 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없다. 이것은 어린 아이 시절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그들은 아동기의 응답을 반복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병은 더욱 악화된다.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은 인생을 사랑하는 능력과 더불어 인생의 질을 높여준다.”올 한 해에는 하나님을 더욱 뜨겁게 사랑했으면 한다. 그것만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원래의 나를 회복하는 길이며 그것만이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들 역시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과,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왔고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어떻게 해야 인정받는지 그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비록 우리 속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아픔과 상처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아픔과 상처를 통해서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Make your scar into a star.”(당신의 상처가 별이 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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